[인터뷰] 반기문 “탄소중립, 기후 선도국가로 발돋움할 기회”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집념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1-02-25 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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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정부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경제구조의 과감한 혁신을 담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2년간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제안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대책은 곧바로 정책에 반영됐다. 거기엔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반기문 위원장의 진한 열정이 배어 있다.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
“신사 숙녀 여러분, 다음 달 말에 우리 지구상에는 70억 번째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아이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엄청난 규모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세계에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변화는 환경·경제·지역·정치·기술 그리고 인구 등 많은 면에서 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2011년 9월 21일 뉴욕 유엔본부 본회의장에서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했던 연설이다. 이는 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불확실한 인류의 미래를 타개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이 자리에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적인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연설을 경청했다.

 

▲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호남,충정권 토론회(2019. 8. 18)에 참석한 반기문 위원장이 국민정책참여단 분임토의에 참석하여 국민정책참여단과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다.
▲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국민정책참여단 비대면 예비토론회(2020.10.19~20)에서 반기문 위원장이 온라인 분임토론장에 들어가 국민정책참여단과 함께 토론하고 있다.

 

UN 사무총장 퇴임 이후에도 전 세계를 두루 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현재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반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경유차량 운행제한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제안뿐 아니라 국민참여정책단의 숙의과정을 거쳐 정책 수용성을 높인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과정은 새로 출범하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반드시 이어나가야 한다”고 그간의 성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위원회는 현직 대통령이 당연직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이 실린 그의 목소리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목표 달성에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읽혔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모두 중요
반 위원장은 연이어서 “2050 탄소중립은 어렵지만 절대적 과제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한 선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기 정부를 비롯해 2050년까지 7명의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차질 없이 과업을 수행해야 이뤄낼 수 있다”고 재차 어필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부정적이던 미국이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면서 환경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에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엔에 있을 때 7년 11개월을 함께한 경험에 비춰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多者)의 힘도 알기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힘이 크지만, 협의체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짚어준 것이다.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 등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었던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기후변화·팬데믹 등 글로벌 이슈에서 국제사회의 연대와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온실가스 최다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중국이 먼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했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재가입하고 탄소중립 선언을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10월에는 일본 스가 총리까지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틀 뒤에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반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은 국제사회 노력에 선도적으로 동참하는 것으로써, 탄소중립위원회의 출범과 더불어 중장기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정책화하고 녹색경제·사회로의 공정한 전환을 통해 기후 선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인류애의 기념비적 승리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 공동대응은 1988년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설립과 1992년 채택된 UN기후변화협약(UNFCCC)을 계기로 약 30년간 유지됐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어, 이를 보완한 보편적·포괄적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이 2015년 채택돼 2016년부터 발효됐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반 위원장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념비적 승리’로 높이 평가했고, 영국 가디언지는 ‘가장 위대한 외교적 성공’이란 찬사를 보냈다. 미국 CNN은 화석연료의 종말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반 위원장은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1.5로 통제하는 데 세계 여러 나라가 합의했다. 산업혁명 이후 250년 동안 0.8℃가 올랐고, 0.7℃가 남았다. 탄소중립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첫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때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다. 그러나 가치가 있기에 하는 것”이라고 다시금 의미를 부각시켰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탄소배출량이 7억200만 톤(2019년 기준)에 달하고, 반면 흡수량은 4500만 톤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반 위원장은 “생활이나 산업 활동을 지속하는 한 탄소배출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동안 저감 분야에 집중했던 기후변화 대응 방식을 이제는 적응 분야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후변화 적응은 실제 혹은 예측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 산업의 변화, 재난발생 증가 등과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최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적응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CAS(Climate Adaptation Summit) 2021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30여 개국 정상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 기후변화 기금에서 5%밖에 안 된 적응 분야의 지원을 앞으로 50대 50으로 균형을 맞추자는 데 동의했다”며 회의결과를 공유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에 가해 온 영향은 대부분 지구생태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국지적 차원은 물론 지구 전체적으로도 그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양한 환경문제를 발현시켰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UN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상처받은 지구 치료를 위한 생태계복원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전 지구적인 생태계복원사업에 우리의 동참이 필요할 것 같다는 기자의 제안에는 “우리나라는 불과 50년 만에 산림 복원을 이뤄낸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5월에 P4G 정상회의에 이어서 내년 5월에 세계산림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데 이러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보다 나은 미래로 정진해야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에 국내정치에만 매몰된 지도자들이나 젊은 학생들을 향한 쓴소리도 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나라처럼 정치에 매몰된 나라도 없다. 유엔에 있을 때 OECD 국가들은 GNP의 0.7%를 기부한다. 북유럽 6개국은 1%를 내는데, 11번째 중요한 회원국인 우리는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상황에서도 0.15%밖에 안 된다. 국제적으로 국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던 지난해 3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우리나라에 마스크 100만 장을 기증해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것도 반 위원장이다. 마윈은 빈곤·기후변화·보편적 건강보장 등 지구촌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에 동참해 각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가 중 한 명이다.

 

▲ 반기문 위원장은 충남 당진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타운홀 미팅(2019.11.29)에 앞서 당진화력발전소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고 석탄저장 및 관리체계를 둘러봤다.

 

그래서일까. 세계를 향한 큰 꿈을 그려주는 그에게 주목하자, 양복에 꽂힌 원반모양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상징하는 배지가 빛을 냈다. 마치 그의 집념을 대변하는 훈장처럼. 그는 지금도 탄소중립을 비판하는 산업계를 꾸준히 설득하고, 환경교육을 강화해달라고 고위 관료들을 만나 끈질기게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서 내딛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반 위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을 동경하며 더 넓고 먼 세상으로 눈을 든 것 같다”며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녔는데, 한때 영하 68℃까지 떨어지는 등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베르호얀스크가 지난해 여름 38℃를 기록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웠다. 그러면서도 “최근 포스코가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계 환원제 대신 수소환원법을 사용한다고 선포하고, 삼성·SK·LG 등 대기업들이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등 탈 탄소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매우 다행”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도 했다.


기후환경교육과 의식변화가 중요
반 위원장은 향후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고 탄소국경세 도입 얘기가 각국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기업들의 RE100 참여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기업들의 RE100 가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에 높은 비용(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할 경우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제3자 전력구매계약을 도입하는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방안을 발표한 만큼 우리도 앞으로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현재 애플, 구글 등 284곳의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터뷰 말미에는 “가령,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는 나무 한 그루를 자르면 두 그루를 심는 등 정책적인 적응 외에 물을 아끼고, 플라스틱을 안 쓰는 등의 생활 자체에 소박함을 추구하는 의식변화가 필요하다”며 산업계의 변화 못지않게 우리의 삶의 방식도 되돌아볼 것을 권했다. 아울러 그는 “교육과 훈련 없이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하므로 환경교육은 모든 분야에서 이뤄져야 하고 기후변화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기후환경교육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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