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개발로 몸살 앓는 DMZ, 두루미 서식지도 '위협'

개발만이 능사일까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19-08-29 17: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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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힌 율무밭에서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함께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 <이석우 두루미 사진작가 제공>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임진강 일대 두루미 서식지’는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하 민통선)’ 내 위치했으나 훼손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2011년 임진강 하류의 군남댐 완공으로 율무밭과 여울이 수몰되면서 두루미 서식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2015년부터는 하류지역 군남댐 담수로 감소하기 시작한 두루미 개체 수가 1/3로 급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 3000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서식지가 DMZ 일대 추진 중인 개발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살펴봤다.  <특집 기획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

 

담수 이전의 장군여울 모습 <이석우 두루미 사진작가 제공>
담수 이후의 빙애여울 모습 <이석우 두루미 사진작가 제공>

담수로 두루미 서식지 수몰
두루미들은 대부분 시야가 탁 트인 평야나 하천, 갯벌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연천은 전국 율무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풍부한 낙곡이 두루미들의 식량원이 된다. 특히 임진강의 얕은 여울은 강추위에도 얼지 않아 쉬거나 잠자리로 최적의 장소여서 인적이 드문 민통선 지역을 중심으로 운집한다. 두루미 이외에도 독수리 황조롱이, 수달 등이 월동하고 있고, 황로와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꼬마도요 등의 여름철새들도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
임진강 일대 장군여울과 빙애여울, 그리고 DMZ(비무장지대)의 수욱천과 임진강 최상류의 여울 등 4곳이 두루미들의 주 휴식처다. 이곳을 수자원공사가 2011년 10월 총저수용량 7,160만 톤에 달하는 높이 26m 규모의 군남홍수조절댐을 건립하면서 수몰됐다. 지금은 담수로 인해 토사가 쌓이고 강변까지 뻘흙이 밀려와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두루미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환경변화로 인해 하나둘 떠나는 상황이다.


홍수조절 목적이라면 홍수기에만 이용하고 평상시는 댐의 수문을 항상 개방해야 하지만 수자원공사 측은 “하류지역과 하천유황 개선을 위해 일정량 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주장대로 담수기인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담수를 하면, 두루미 서식처인 횡산리 여울과 삼곶리 여울 수위가 높아져 여울이 없어지고, 12월 이후 결빙기에는 두루미 먹이인 다슬기나 물고기를 먹지 못해 생존이 위협받는 셈이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계속 반복되는 얘기지만, 두루미가 도래하기 전에 막혀버린 한쪽 물길을 터 줘서 안전한 섬 형태의 잠자리를 만들어주면 되는데 안타깝다”면서 “두루미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체서식지의 관리 부실 모습
대체서식지 관리 부실
애초 수자원공사 측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댐 공사에 앞서, 담수를 대비해 두루미 대체서식지로 3곳을 조성해놓았다. 하지만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 대표는 “장군여울의 자갈을 40cm나 파 올려 조성한 대체서식지는 외부 천적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수로를 팠으나 결빙으로 인해 오히려 멧돼지, 고라니들이 드나드는 통로가 되면서 침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횡산리 대체서식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두루미가 드나들지도 않을뿐더러 지금은 아예 경작지가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 인삼밭 재배 농약을 먹고 죽은 두루미들
또한 군남홍수조절댐 수몰지는 경작을 금지하고 있어 채식지도 줄어든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대체서식지 운영은 손 놓은 지 오래고, 민통선 내 인삼밭이 늘면서 재배지 농약을 먹고 죽은 두루미도 발견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 인삼밭의 두루미
연천군 민통선 일대 인삼밭은 꾸준히 증가했고, 최근 3~4년 전부터 임진강변의 율무밭까지 인삼밭으로 급격히 바뀌는 추세다. 농작물의 소득증대를 명목으로 두루미의 주 먹이원이 감소하는 것이다. 한때 이를 우려하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두루미 먹이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12년 전에도 60억 원을 들여 지자체에서 생태관광지를 만든다면서 나무를 심거나 물을 펌핑한다고 야단법석이었는데, 예민해진 두루미들을 쫓는 상황이 돼버려 대체서식지 조성은 실패한 결과가 됐다”며 “인위적인 인간의 간섭은 교란을 초래할 뿐이다”고 말했다.

민통선 북상, 생태 위협 불 보듯
최근 DMZ에 인접한 강원도 접경 지역(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과 경기도 연천군 전역 등 강원‧연천 일대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두루미 서식환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연천군이 발표한 ‘2019년 지역균형발전 사업계획’에 따르면 ‘민통선 출입통제 개선 시설공사’가 최우선 추진사항이다. 경기도는 지난 3월 7일 ‘제2차 지역균형발전 기본계획(2020~2024년)’ 대상 지역으로 가평·양평·연천군, 포천·여주·동두천시 등 6개 시·군을 선정하고 4,123억 원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평가 없이 1차에 이은 2차 사업이 난개발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당초 ‘제1차 균형발전 기본계획(2015~2019년)’에 이어 또다시 2차 지원 대상으로 뽑힌 연천 등 6개 시·군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 심의·의결하여 기본시행계획을 수립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경기도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가 1차 균형발전 기본계획상 시행계획의 추진실적을 평가해 이듬해 계획에 반영하고, 사업성과에 따라 우수한 시·군에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포천 등 6개 시·군이 추진해 온 51개 사업에 대한 1차 균형발전사업 성과분석 자료는 6페이지에 불과한 허술한 보고서가 전부였다.


이런 가운데 도는 내년 3월까지 ‘DMZ 생태보전 및 생태평화지구 조성 관련 연구용역’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혀 우려를 사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 및 군부대 협의를 거쳐 생태평화지구 조성을 본격화할 계획인데, 철원군은 지난 8월 2일 제3보병사단과 DMZ 생태평화공원 안보관광 제3코스 개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다. 이번에 개방하는 DMZ생태평화공원 안보관광 제3코스는, 제2코스인 십자탑 탐방로를 잇는 새로운 코스로써 DMZ생태평화공원에서 도창리 민통3초소, 명골OP, 철책선 데크길, 금강산철교, 이길리 민통1초소로 이어진다.
 

DMZ 내 잠자리, 임진강 지류인 수욱천 <이석우 두루미 사진작가 제공>

인간과 새의 위태로운 공존 시작
철원군은 앞서 민통선지역으로 북상을 추진했다. 철새도래지인 ‘토교저수지’ 주변까지 북상하면서 이곳에 무분별한 축사들이 대거 들어섰고, 이로 인한 오염과 악취로 주민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여기저기 들어선 펜션을 비롯해서, 탐조 목적도 아닌데 인접한 강가까지 접근해 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로 서식처는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되었어도 규제가 어려운데, 생태관광이라는 미명하에 개방부터 하고 보는 행정이 개탄스럽다”면서, “앞서 철원지역을 사례로 봐도 생태파괴는 기정사실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DMZ의 평화적 이용은 철저한 생태계 보전 방안을 마련한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이와 관련하여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장은 “DMZ는 완전한 폐허에서 온전한 생태계가 복원되는 세계 유일무이의 장소로써, 순수한 자연질서의 한 부분인 만큼 우리의 회복과 보존 노력 여하에 따라 진정한 평화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DMZ를 활용하기 위해 일반 관광지처럼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DMZ 일부가 아닌 전역을 보존하자는 합의와 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픈 역사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DMZ의 군사시설도 평화교육의 산실로 보존가치가 있음을 강조한 얘기다.

DMZ 생태를 개발로 밀어붙이는 꼴
그러나 정부가 통일 후 DMZ 일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교통과 물류 중심의 중핵지대’와 ‘평화생태벨트 조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내세우고 있으나 예산 편성이나 현장 상황을 미루어 개발 쪽에 치우쳐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가진 ‘DMZ 생태·평화가치 보전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장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을 살펴보면, 개발이 핵심이다 보니 민북지역의 생태계 훼손과 개발 압력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또 명수정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은 “DMZ 둘레길은 생태관광이라는 명목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이는 자연환경을 크게 파괴하는 사업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현재 통일부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평화의 둘레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생태적 가치를 보호하거나, 환경 규제로 발생하는 주민 피해보상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국내 관련법상 규제나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는 없다. 이렇다 보니 업무를 처리하는 지자체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에 DMZ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범정부 심의·조정기구 운영근거 등이 담긴 ‘생태평화지역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DMZ 내 생태는 그대로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두고 어찌할까 갑론을박이다. 현장에 가보면 이미 유해발굴을 한다고 도로를 내버린 상태다. 생태적 가치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의 공간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특별법이 정쟁의 목적으로 발목 잡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범국가 협의체 구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석우 두루미 사진작가 제공>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DMZ의 생태적 건강성
정부는 난개발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진 중인 ‘평화의길’ 조성에 대해 생태적 영향을 최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군사시설 활용, 인위적인 개발 행위 최소화, 민간차량 출입 시 외래종의 유입·전파 차단을 위한 먼지털이 시설 비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인간의 간섭이 생태계에는 가장 큰 교란요인”이라며, “70년 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거나 제한되던 곳에 차량을 유입시키고, 사람을 들이는 계획 자체만으로도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DMZ 일원의 생태평화적 가치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일찍이 DMZ를 생태계 보고라고 명명하며 생태보전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1965년 한국자연보존협회가 민통선지역에 대한 생태계예비조사를 실시하자 이듬해 바로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는 한국자연보존협회와 공동으로 강원 북부지역의 생태계 조사를 실시하고, DMZ 일대의 장기조사를 계획했다. 그리고 국제개발기구(UNDP)는 경기북부지역의 DMZ 일원을 비롯해 전체 DMZ 일원의 생태계 조사에 직접적인 지원과 협력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DMZ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도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연구자료를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에 활용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군사 냉전의 유적과 기억이 존재하는 DMZ를, 분단 이후 역사문화자료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다.


이제라도 DMZ에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5000여 종이 넘는 야생동식물과 100여 종의 멸종위기종이 공존하는 곳 DMZ. 39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상흔이 아직껏 가시지 않은 이곳에 기적과 같은 치유의 숲이자 생명의 숲으로 영원히 보존하고 가꿔야 한다. 이번 DMZ 개방 논쟁은 그래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시작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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